080718, 미칠 듯한 꿈자리

뭐, 꿈 얘기는 정오가 지나면 해도 된댔으니 (하지만 방금 일어나서 이거 말 해도 되련지 모르겠다.) 일단 쓴다.

0.

허리가 아파서(허리 아픈건 사실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에서도 별 차도가 없자, 엄마가 파주에 큰 종합병원이 하나 생겼다고 거길 한번 가보라고 한다.

한번 가봤더니,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이더라. 허리 아픈 사람에게는 좀 쥐약이었다.

1.

말 그대로 정말 큰 종합병원이 있었다. 짓는다는 말도 못 들었고, 건립 예정이라는 말도 못 들었는데, 여기에 이런 큰 병원이 생기다니.

일단 접수를 하러 들어갔다. 환자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암만 생긴지 얼마되지 않은 병원이라지만, 환자가 너무 없어서 좀 갸웃거렸다.

일단 진료를 받아보았다. 의사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꿈속에서 '검게' 처리되어 있었던가. 허리 통증치고는 심하게, '디스크'라고, 일단 며칠 입원한 다음 치료를 받으면서 차도를 본 뒤, 수술을 하던가 말던가를 정하자고 한다. 집에 일단 전화를 해서 입원을 한다고 말하려고 하는데, 집에서 전화를 안 받는다. 부모님 핸드폰에 전화해도 일 하고 계신지 전화를 안 받으신다. 이따가 전화하자고 생각하고는 병실로 들어갔다.

병실에 들어가는 길에 환자들이 조금 보인다. 한명 한명 따로 따로 떨어졌었는데, 총 세명이 보였다. 전부 다 내 또래거나 나보다 좀 어려보였는데, 다들 여자다. 어디로 걸어가는지는 잘 모르겠다.

2.

병실에 들어갔다. 방 배치가 좀 이상했다. 보통 병실이라면 8인실 내지 4인실이어도, 머리가 벽쪽으로 향하고 발이 중간쪽을 향하게끔 되어있는데, 이 병실은 인원이 딱 두명이었다. 게다가 배치가... 문을 딱 열면 맞은편 벽에 침대 두개가 있는데, 두 침대가 머리를 맞대고 있고, 침대에 누운 환자의 발은 서로 다른 쪽의 구석을 향하게끔 가로배치가 되어있던 것이었다. 그 외에, 병실에 있을 법한 작은 서랍이라던가, 심지어는 콘센트 같은 것도 없었다. 나는 일단 왼쪽에 누웠다. 아, 병실에는 창문도 없었다.

잠이 많아서 그런가 잠깐 졸았다. 졸았다는 것을 자각하고는 잠깐 일어났는데 병실에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여럿 와서 (한 대여섯 됐나?) 내 침대 주위에 앉아 있었다. 반은 간호사, 반은 집도원(의사인지 레지던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녹색 가운을 입은 사람들')들이었다. 근데 얼굴을 자세히 보니 어디서 많이 본 사람들이다. (꿈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TV에 나오는 개그맨들하고 꽤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들은, 내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내가 눈을 뜨니까 갑자기 내 쪽을 쳐다본다. 누구냐고 묻자 아무 말도 안 하다가 갑자기 내게 하는 말이... "같이 놀자." 아니, 이 사람들이 나랑 뭘 하고 놀자는거야... 하면서 잠깐 놀아주다가, 이건 좀 이상하다 싶어 서서히 걸음을 옮겨 병실 문 쪽으로 향했다. 그 사람들이 내게 이렇게 말한다. "나가봤자 소용 없을걸."

3.

문을 열고 나가서 보니 내 옷은 어느새 환자 가운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니, 자고 일어나서부터 쭉 환자 가운이었던가. 생각해보니 주머니가 허전했다. 핸드폰이 원래 입던 옷에 있는 것 같다. 다시 병실로 들어가자니 꺼림칙해서 그냥 문 앞에 가만히 있었는데, 복도가 이상했다.

병실에서 나오는 방향을 기준으로 왼쪽이 철창으로 닫혀있었다. 분명히 저 쪽은, 낮에 내가 병실로 걸어들어올 때 다른 병실들이 늘어져있던 곳이었는데, 철창으로 닫혀져있고 불도 켜져있지 않다. 병실에 아무도 없는 모양이다. 다만 병실들 너머 반대편 복도에는 불이 켜져있더라. 그리고, 병실 문 맞은편에, 낮에는 없었던 계단이 생겨있었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아니라 아래로 내려가는, 새하얀 계단이 있었다. 영문도 모르고 그 계단으로 도망치듯이 뛰어내려갔다. 그런데...

4.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큰 철문을 제껴 여니... 갑자기 뭔가 환한게 들어왔다.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다들 젊은 사람들이었다. 내가 철문을 갑자기 확 연걸 보고는 그 자리에 서서 갑자기 나를 주시한다.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이 말한다. "아... 학습조교님이세요?" 뭐? 학습조교? 뭔 소리야... 여긴 어디야... 이런 생각을 미처 하기도 전에, 나는 거기에 있던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어느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 안에도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다들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방 안에는 가로로 세개의 나무 기둥이 배치되어있는, 조금은 낡아보이는 교실이었다. 나를 방 안으로 떠밀었던 그 녀석은, 나를 들여보내자마자 문을 닫았다. 문 맞은편 저 앞에 큰 칠판이 있고, 사람들은 그 칠판 쪽을 향해서 앉아있었다. 칠판 앞에 앉아있던, 다른 사람들과는 복장이 다른 어느 여자가 내게 인사한다. "어서오세요, 조교님." 누구인지는 모른다. 근데 얼굴이... 이 여자도 어디서 많이 봤다. TV 광고에서 자주 보던 사람인 듯 한데... 그 여자가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한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그 여자에게 물어보려고 발을 앞으로 내딛어 걸어가려는데, 몸이 허공에 뜬다. 그 방의 천장에 내가 부딪친다. 방이 아마도 반중력 상태였던 모양이다. 아니, 내가 반중력인데 어떻게 저 사람들은 저렇게 앉아있을 수 있지?

갑자기 종이 울린다. 여기는 아마도 학교였던 모양이다. 학생들 몇몇이 자리에 앉은 상태로 손을 들어 나를 부른다. 일단, 방 문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있던 녀석에게 먼저 간다. 녀석이 내게 공책을 보여주면서 뭐라 뭐라 얘기를 하면서 물어본다. 아무래도 수학에 이용되는 용어들이었던 모양인데, 내가 이해하기에는 좀 난해한 말들이었다. "그거 다 고등학교에서 배운다."라고 말하니까, 학생이 "네?"라고 아리송해한다. 다른 학생에게 가려고 발을 내딛자 또 붕 떠오르는데,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졌다. 허공에 떠서는 땅으로 내려 앉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땅으로 내려 앉을 즈음에, 방문을 열고는 의료진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이 때 갑자기 꿈의 시점이 '3인칭'으로 바뀌었다.)

5.

의료진들이 내게 와서는 응급처치를 시도하려고 할 때 나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는 방문을 열고 도망쳤다. 방문을 열고 오른쪽으로 도망쳤는데, 갑자기 넘어졌다. 넘어져서는 일어나지 못할 때, 의료진들이 쫓아와서 나를 붙들고는 다시 응급처치를 시도하려고 했다. 나는 바둥거리며 뭐하는 거냐고 말했지만 좀 늦은 듯 했다.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나는 다시 병실로 와 있었다. 문 쪽으로 돌아보니, 낮에 봤던 여자 환자 세명이 내 주위에 있다가, 내가 눈을 뜨는 동시에 돌아서 병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어렴풋이 봤다.

나는 허겁지겁 병실 밖으로 뛰어나가, 어찌어찌 정신없이 뛰어, 병동 밖으로 나왔다. 숨이 차서 헉헉거리면서도 계속 뛰어 버스정류장 쪽으로 나가는 나를,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런 사람이 있었다. (3인칭 시점이었으므로. 시점 바로 옆에 아까 그 환자 세명이 허공에 떠서, 병동에서 도망가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날이 바뀌어 있었다. 내가 이 병원에 들어올 때는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해가 중천에 떠있다.

6.

그렇게 도망가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헉헉거리며 일어났다.

P.S : 아침에 잠깐 전화를 받고 일어나서, 다시 자리에 누웠을 때가 아침 8시 45분이었고, 다시 일어난 시각이 낮 12시 25분 정도였다. 이 짧은 시간동안 이런 X신같은 꿈을 꾸다니.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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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571BO | 2008/07/18 13:32 | Ungewöhnlich Leben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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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릭블레어 at 2008/07/18 16:11
삐리님, 꿈 한번..........ㅡ.ㅡ;........미스테리+호러+스릴러가 결합되었는데요????
ㅋㅋㅋㅋㅋㅋ;;;;;;뭐랄까 좀..엄청 깨고나서 찌뿌뚱하고 피곤하고 찝찝하셨을 거 같은...ㅡ.ㅡ;..
병실부분과 환자들 없는데서부터 음산함이..ㅡ.ㅡ;
Commented by 571BO at 2008/07/18 16:40
아; 좀 죽겠어요; 이렇게 막 미친듯이 일어나서 병원가고, 일 나오고... orz
Commented at 2008/07/21 10:0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571BO at 2008/07/21 14:19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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