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724, 렛츠리뷰 - 널 지키기 위해 꿈을 꾼다

-1.

기계라면 별걸 다 만져보고 별별 기능에 대해 다 리뷰를 할 수 있겠지만
이건 책이다. Monotype, Analog를 지향하는
'책(冊)'이다. 그래서 리뷰가 좀 단순할 수도 있겠다.

게다가 딴지가 좀 많을 것 같다.

0.

내가 여태까지 읽은 '소설류' 책 중에서, 40분만에 완독한 책은 이게 처음인 것 같다.
가장 빨리 읽었던 '2시간'이라는 기록을 갈아엎은 책이 되었다. [박수]
이것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좀 더 얘기하도록 하겠다.

참고로 나는 보통, 책을 잡으면 이틀 정도 간다. 게다가 느리게 읽는 편이다.

1.

책 자체는 한마디로 '애절함' 그 자체다.
처음에는 '산뜻함'으로 시작하더니, 조금 지나고 나서 부터는 '애절함' 자체가 책을 뒤덮는다.
약간 식상하다 싶을 정도로.

하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식상함'을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2.

작중 '미키 선생님'의 역할이 크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그 경험의 후일담을 들려주는 미키 선생님.
굳이 따지면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해줬다고 해야하나.

이 책에서 히로인인 '스나오'를 빼고 논할 때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

3.

이 책에 '후일담' 정도의 파트가 있었다면 뭔가 깔끔하게 끝났을 것 같은데
책의 성격상 '뭔가 아련함을 남겨야 한다'는 속성의 로맨스 소설에 가까운 만큼
그런 파트를 고의로 없앤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런거 싫다.

4.

아까 말한 '빨리 읽은 부분.'
느리게 읽는 걸로 알려진 내가 40분만에 완독하다니. 여러모로 생각 좀 해봤다.
현대인들을 위한 빠르게 읽을 수 있는 로맨스 소설, 내지는 호흡이 빨라서 읽기 쉬운 소설.
작가는 이런 것을 노렸다는 생각이 살짝 스쳤다. (뭐, 당연히 후자겠지만...)
후자라면 봐줄만 하다. 근데, 전자라면...

그런 형식은 뭐 '현대인을 위한 몇가지 습관' 같은 제목을 가진 책에서야 그렇게 해야되지 않나?
어째 그런 책들은 읽기 되게 오래 걸리더만.
소설이 '현대인들을 위해 빨리 읽을 수 있게끔' 하면 뭐하냐고. 요즘은 오디오북도 있는데.

원작의 문체가 호흡이 짧은건지, 아니면 번역하다가 의도치 않게 호흡이 짧아지게 된건지
일본어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5.

일러스트에 딴지 좀 걸어보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일러스트를 그렸대서 되게 기대했다.
그런데...

표지 뿐이다.
아, 좀 더 있다. 장(章) 넘어갈 때 나오는 나비(蝶).

덕분에 '책 내용과 일러스트의 매치도(match rate)'를 알 수 없다.

(행여 '신카이 마코토 그림'이라는 말에 낚이는 사람이 없기를.)

6.

자비로운 스나오양에게 박수를.
활달하고 야심찬 이치고에게 격려 아닌 격려를. (이런 타입 싫어하므로.)
어쩔 수 없이 넘버 투가 되어야 하는 기미히코에게 위로를.

그리고, 이상한 일만 일어나면 그 이상한 일을 더욱 이상하게 왜곡하여 보게되는
작중(作中) 사회에 태클을. (실제 사회도 크게 다를 바 없지만.)

7.

이 책, 외장재의 특성상 잘 구겨지는 듯 하다.
벌써 내 것이 한번 구겨진 티가 난다. 보관에 주의를.

그리고 이 책을 한번이라도 손에 쥐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되게 가볍다.
여러가지 의미로.

8.

작중 인물에 대해 마지막으로 찬사 하나 더 던져보자면...

사쿠.
5분 만에 7년이 지나갔을 때 인간이 느끼는 공포 내지 상실감이 상당할 터인데
잘 이겨냈다.

나 같으면 '7년이 지나갔구나'에 덧붙여 '주민등록 말소 됐겠구나'하는 생각에 방에 짱박혔을 듯.
말소 해제 시켰다고 해도 사회에서 묻혔다는 생각을 지울 수도 없을 터.

'작중 인물'이라서 가능한 '이겨냄'이다. 실제로 저런다면 용자다.

9.

나는 '내용이 나쁘다'고 말한 적 없다.

P.S

뭔가 더 생각이 나면 이 글에 내용을 추가하도록 하겠다.

P.S 2

'왜 대체 이렇게 딴지가 많은 거에요?'라고 의아해하실 분이 몇 계실 것 같다. 댓글로 안 밝히시더라도.

그럼 그 때 답변은 다음과 같다.
'좀 진득허게 읽어보려니 40분만에 끝나 어이가 없어서.'

렛츠리뷰

by 571BO | 2008/07/25 05:09 | Ungewöhnlich Leben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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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릭블레어 at 2008/07/26 01:01
읽을만 하니 끝나버려서 허무하셨단 거로군요..허허~ 근데 일본소설이었군요. 나름 애잔함은 남는 소설인가 보네요 ..
Commented by 571BO at 2008/07/26 02:24
'읽을만 하니 끝났다'라는 의미와 동시에 '전체적으로 너무 짧은 듯!'하는 느낌이 짬뽕된거죠.
Commented by 세이나즈 at 2008/08/19 23:38
와~ 571BO님 렛츠리뷰 베스트로 뽑히셨네요?! 축하드려요~! ^^
간만에 이렇게 뵙게 되다니 ㅋㄷㅋㄷ
이글루 링크 추가 하고 갑니다. ^^
Commented by 571BO at 2008/08/20 00:08
오오- 간만입네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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